전체 글 38

相思夢

相思夢1. 夢中夢 달도 별도 제각각 빛을 내는 밤이었다. 성 위에서는 늘 먼저 시선을 아래로 내려야 했다. 성벽 아래로 흙먼지가 이는 땅, 듬성듬성 솟은 메마른 관목과 야트막한 구릉을 달빛에 의지해 희끄무레한 시선으로 쫓다 보면 아주 멀리 새까만 숲의 그림자에 도달했다. 하늘의 경계는 숲의 꼭대기에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밤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것을 보니 내일도 맑겠습니다." 여상스럽게 건넨 말에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 성곽까지 조용히 공명을 따라오던 사람의 것이었다. 공명이 혼자서 밤 산책을 하다가 간자로 오인당해 험한 일을 겪을 뻔한 이후부터 유비의 명에 의해 동행하게 된 그는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단숨에 앞을 막아설 수 있는 다섯 보 안쪽, 느긋한 공명의 걸음걸이에 속도를 맞추어 늘 그..

[琅琊榜/소경염/썰] 트윗썰타래 백업

적염군 사건이 있고 난뒤 애비의 홀대도 홀대지만 본인도 금릉에 발붙이고 있기 싫어서 변방이나 전전하며 적들에게 양나라의 미친개로 불리는 소경염이 보고싶다. 선봉에 닥돌은 필수요 단신돌파로 적장 목따기는 옵션. 주변에선 아주 목숨 내놓고 다니는구나 함. 초반 이삼년은 금릉에 홀로 남아있는 어머니조차 돌아볼 정신도 없었으면. 정빈은 이제 갓 이십대 초반인 아들의 울분을 이해함. 풀지못한 의문과, 제 사지같은 혈육, 친구를 잃은 상실감, 죄책감이 아들에게 남긴 상처는 어미로서도 감히 가늠할수가 없음. 잊을수 없는 일임을 아니 잊으라 말할수도 없고, 그녀 역시 조용히 없는 사람인듯 살수밖에 없기에 아들의 상처를 보살필 무엇하나 해줄수 없었음. 어쩌면 그때는 정빈조차도 아들의 상처만큼이나 깊을 자신의 상처를 돌아..

일상덕질/기타 2017.01.01

[趙孔] 당신의 옷고름에 사랑의 자물쇠를 달아

* 트위터 有爲님의 리퀘스트 "천하에 미인을 싫어하는 사내는 없고, 그들이 미인에 빠져 일신에 변을 당한 역사도 참으로 유구합니다." "…네?" 공명이 내뱉은 말에 조운은 저도 모르게 얼빠진 대꾸를 했다. 부산하고 시끌벅적한 저자의 분위기에 휩쓸려 잘못 들은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뜬금없는 말이었다. 그런 조운의 반응에 공명은 잠시 딴청을 피우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하지만 입가에는 다 지우지 못한 웃음기가 그대로 걸려있다. 공명이 저런 식으로 웃을때마다 높은 빈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상황들이 벌어졌기에 조운은 목적지도 모른 채 순순히 공명을 따라나선 이 길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뭐 아주 멀리 갈 것 없이 십수년 전 여포가 저 동탁을 배신한 것도 한 사람의 미녀 때..

[趙孔] 공중산책

**공중산책을 중국에서 하면 허공답보가 된다. "공자가 날 부른것이로군." 갑작스럽게 머리 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량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붉은 해를 등지고 키 큰 청년이 허리를 숙여 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량은 순간적으로 앉은채 뒷걸음질 치며 청년을 향해 경계의 색을 나타냈다. 일행과 떨어진 피난민? 아니면 조맹덕의 군에서 온 척후인가? 어느쪽이든 량에게는 반갑지 않은 인물이었다. 저도 모르게 땅을 짚고 있는 손끝이 떨렸다. 얼핏 청년이 그것을 알아챈듯 피식 웃는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떨지 마시오. 공자가 하도 애타게 부르길래 일부러 가던 길도 멈추고 온 것인데." "부른 적 없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공자로군." 량이 숙부의 일행에서 떨어져 다른 피난민들 사이에 섞이게 ..

彫虎作龍

그러니까 그 때가 언제던가, 한창 공손 사형이 취미생활에 열을 올리던 때였네. 워낙 과시욕이 좀 있어서 한 번 사냥을 나가면 끝끝내 대단하다 싶은 짐승 한 둘 이상을 잡지 않고는 성을 풀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날따라 허탕을 쳤네. 기분이 나빠진 채로 돌아오는데 풀숲에서 털이 누런 짐승이 움직이는 기척이 들리더란 말일세. 여기 운이 나쁜 짐승이 한 마리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사형이 활을 쐈고 캥, 하는 짐승의 비명소리가 들렸지. 그런데 여우 쯤 되지 않으려나 싶던 그 짐승이, 글쎄 새끼 범이지 뭔가. 사형이 쏜 화살이 뒷다리에 박혀 있었어. 아무리 범이라고는 하나 이제 사람 팔뚝보다 조금 더 큰 새끼이니 어찌 안쓰럽지 않을 수 있겠나. 낑낑거리면서도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이를 드러내는데 그것..

[趙→孔] 성혼의 밤 - 영웅삼국지 ver.

공명의 혼례식과 피로연은 조촐했다. 들은 바에 의하면 공명은 그마저도 생략한 채 아내를 맞아들이려 한 모양이다. 하지만 공명을 아끼는 유비가 그렇게 두지 않았다. 피로연에서 조운은 평소보다 조금 과하게 술을 마셨다. 모두들 공명을 축하하며 왁자지껄 떠드는 와중에 누군가가 이제 조 장군도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을 걸었다. 쓸데없는 참견이라 생각하면서도 조운은 별 대꾸 없이 웃음으로 대답했다. 적벽의 싸움에서 조조에게 승리를 거둔 유비가 어느 정도 안정된 기반을 갖게 되자 유비의 가신들 중에서 아내를 맞지 않고 혼자 생활하던 조운에게도 몇몇의 혼담이 오갔다. 다분히 정략적이고 계산적인 혼담을 대하는 조운의 태도는 시종일관 심드렁했다. 그들의 수장인 유비조차 피해가지 못한 것이 정략결혼이었다. 그 심드..

[曺惇] 세상이 멸망하는 날

평상시의 하후돈은 쾌활한 성격의 사람으로, 동료 제장들은 물론 말단 병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능숙하게 이끌어내는 능력자였다. 한쪽 눈에 안대를 한 험상궂은 인상이었지만 그 얼굴을 찌푸리는 날 보다는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날이 훨씬 많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날 보다는 좋은, 혹은 좋으려 노력하는 날이 더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식사가 차려진 반상을 앞에 두고 제대로 먹지도 않은 채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하후돈을 보는 것은, 기억마저 희미한 어린 시절부터 하후돈을 알고 지내온 조조로서도 매우 생소한 일이었다. "원양?""……네, 승상.""자네 어디 안좋은 곳이라도 있나?""……아닙니다." 미 묘하게 대답도 굼뜨다. 조조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새 모이만큼의 밥..

[曺惇/外] 단문모음

조돈 :: 호롱불을 낮게 켜놓은 위왕의 침전을 지키는 사람은 평소에도 그 침전에 드나듦이 자유로웠던 하후돈 한 사람 뿐이었다. 침전의 밖에는 언제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의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정작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병상에 누운 위왕과 그 앞의 장수는 언제나처럼 고요했다. "다들 쫓아내고 나니 이제야 좀 조용히 쉴 것 같군.""그래도 의원이나 시비 하나쯤은 가까이 두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걱정이 가득 묻어있는 하후돈의 말에 조조가 피식, 숨이 새어나오는 듯 웃었다. 병마에 시달려 기력은 없었지만 그런 순간에도 저렇게 웃는 것이 조조답다면 조조다운 일일까. "그래서 자네를 곁에 두지 않나, 원양. 의원보다 내 병을 잘 알고 시비보다 내 몸을 잘 아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