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년, 봄 「…….」 천천히 종이 위를 가로지르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 기어이 붓을 놓치고 말았다. 결이 거친 종이 위로 까만 먹물점이 번져간다. 글을 쓰던 종이에 얼룩이 졌으니 다른 종이에 옮겨 적어야 할까. 간만에 맑아진 정신으로 종이를 내려다보며 잠시 고민하던 마초는 짧게 웃음 짓고는 아직까지 서탁 위에서 구르고 있는 붓을 집어 벼루에 기대어 놓았다. 지금 쓰고 있던 이것을 다시 쓰게 된다면 전혀 반대의 내용을 쓰게 될 것 같았다.어느 것이 더 내 본심에 가까울까. 종이 위에서 말라가는 먹물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초는 이 글을 받게 될 사람을 떠올렸다. 이제는 제국이 된 촉한의 초대 황제가 제위에 즉위하던 날 잠시 보았던 것이 마지막. 그 날 이후에도 그에게서는 꾸준히 안부를 묻는 서신이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