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덕질/기타
[공부의 신/백현찬두] 사랑니
며칠 전부터 어금니 가장 안쪽의 잇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욕실 거울 앞에서 있는대로 입을 크게 벌려 입 안쪽을 살펴보던 찬두는 안쪽 잇몸 위로 하얗게 모습을 드러낸 사랑니를 발견했다. 혀끝을 움직여 슬쩍 만져보니 연하고 부드러운 잇몸 위로 딱딱하게 닿아오는 촉감이 낯설다.
크라는 키는 안크고 성가시게 사랑니가 먼저 나네.
예전에 누나가 사랑니를 빼고 와서 사흘 밤낮을 앓던 것이 떠오른 찬두는 인상을 찌푸리며 칫솔 위에 치약을 짰다. 양치질을 하다가 칫솔모가 닿은 사랑니 부분이 찌릿하게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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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눈이 한번 내린 이후로는 날씨가 다시 매서워졌다. 달이 바뀌고 3월이 되면 찬두는 고3이 된다. 지난 겨울방학부터 찬두의 어머니는 입시학원 수강증을 과목별로 끊어왔다. 학원으로 되겠니? 역시 천하대생 과외선생을 알아볼까? 수강증을 늘어놓고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며 쏘아붙였다. 제깟놈이 천하대생이 아니라 하버드생을 데려다가 과외 시킨들 어디 서울에 있는 삼류대학이라도 붙겠어? 괜히 그런걸로 시간 보내지 말고 가서 애 유학원이나 알아봐. 찬두가 그 사이에 끼어서 아버지, 저 미국은 가기 싫어요, 라고 항변했지만 아무래도 아버지와 찬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스펀지 벽이라도 있는 듯, 그 말은 아버지에게 닿기도 전에 그 벽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학원에 간다 하고 집을 나온 찬두는 아버지 몰래 쓰고 있는 건물 지하의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춤 연습 하러 갈 때 일일이 핑계대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것 만으로도 어머니가 끊어온 수강증은 제법 쓸모가 있었다. 그런데 정말 유학 가라고 등 떠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고민해봤자 어차피 결정권을 가진 것은 아버지다. 아직 어른도 아니고, 또 집에서 꼴통 취급을 받는 찬두는 자기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땅바닥에 발끝을 툭툭 치면서 보행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찬두는 괜히 울적한 기분에 음악이 나오고 있는 pmp의 볼륨을 끝까지 올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따위는 헛소리가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의 고쓰리에게 전교생 500명 중 472등의 성적표는 완벽한 불행이나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 어느날 뚝딱, 원하는 모습의 어른이 되어서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껏 춤을 추러 다닐 수 있고, 공부 못하는 꼴통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횡단보도의 흰 줄만을 골라 밟으며 찬두는 잠시 잠깐 그런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피식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다.
찬두가 횡단보도의 반대쪽 끝에 다다르자마자 신호가 다시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사이를 두고 볼륨을 최대한 키운 헤드폰마저 비집고 들어오는 충격음에 찬두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주변을 돌아봤다. 도로의 한복판, 교차로에 낡은 스쿠터 한대가 쓰러져 있고 그 앞에 잘 빠진 세단이 범퍼를 조금 찌그러뜨린 채 서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가던 길을 멈추고 사고현장을 바라보는 틈새에 낀 찬두도 헤드폰을 벗고 시선을 교차로에 가져갔다. 땅에 쓰러져 있던 스쿠터의 주인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아, 그래도 혼자 일어나는걸 보니까 많이 다친건 아닌가봐. 자기도 모르게 안도가 깃든 한숨을 내쉬던 찬두는 헬멧을 벗은 그 사람의 얼굴이 익숙한 얼굴인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황백현?
분명 황백현이었다. 찬두와 같은반이었던 적은 없지만 같은 중학교를 나왔고 알음알음 친분관계도 있는 병문고 최고의 문제아. 정작 찬두는 한번도 백현을 문제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어쨌든 황백현은 문제아였다. 찬두가 백현에게 다가가기 위해 걸음을 떼려는데 백현의 스쿠터를 친 세단에서 내린 남자가 삿대질을 하며 큰 소리로 백현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남의 차 앞으로 튀어나오고 그래! 너 죽고싶어, 어?"
"누가 튀어나왔다고 그래요! 난 분명 좌회전 신호 받아서 출발했는데 아저씨가 신호위반 한거잖아요!"
"어디서 어린녀석이 어른 말에 눈 똑바로 뜨고 대드는거야?!"
"어른이고 나발이고 아저씨가 잘못한거 맞잖아요. 나는 녹색 화살표, 좌회전 신호 뜨고 나서 출발했다고."
"그래도 이녀석이?!"
남자가 백현을 한 대 칠듯이 도끼눈을 떴지만 백현은 결코 만만해보이지 않았다. 백현에게 다가가서 괜찮은지 물어보는것도 잊고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던 찬두는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폰 진동에 퍼득 정신을 차리고는 전화를 받았다.
야 홍찬두, 지금 시간이 몇신데 너 안오고 있어. 다들 와서 기다린다고!
찬두가 전화를 받자마자 같이 연습하기로 한 친구가 버럭 소리를 지른 후에야 찬두는 약속시간이 벌써 이십분은 지나있음을 깨달았다.
어 미안, 거의 다 왔어. 지금 바로 갈게.
야 너 늦었으니까 벌로 오다가 약국 들러서 파스 좀 몇개 사와. 날이 시려서 그런지 형님 뼈마디가 아프다. 괜히 다치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해야지.
늙은이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알겠어.
전화를 끊은 찬두는 아직도 교차로에서 아저씨와 입씨름을 하고 있는 백현을 흘끔 쳐다봤다. 저 녀석, 괜찮은거겠지? 그래도 멀쩡히 서서 싸울 힘은 있으니까 괜찮을거야. 괜히 내가 끼어든다고 좋아할 녀석도 아니고.
근처의 약국을 찾아 들어가면서도 찬두는 연신 뒤를 돌아봤다.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이 백현의 편을 들면서 입장이 불리해지자 남자는 슬슬 내 뺄 준비를 하는 듯 주춤주춤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쓰러진 스쿠터를 일으켜세우며 실려있던 배달용 철가방을 확인하는 백현의 표정이 더욱 안좋게 구겨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연습실에 모여 한바탕 땀을 흘린 찬두는 숨을 몰아쉬며 그 자리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바닥에서 찬 냉기가 올라왔지만 아주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홍찬두, 그래도 많이 늘었던데?"
"그치그치? 요새 방에서도 틈나면 계속 연습하거든."
친구의 칭찬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 찬두는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혼자서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에구구 넌 기운도 좋구나 하면서 다들 앓는 소리를 내는 와중에도 찬두는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춤은 찬두가 유일하게 마음먹은대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야야, 힘들어. 그만하고 앉아봐."
"왜에."
"넌 그렇게 움직여놓고 배도 안고프냐?"
아닌게 아니라 그 말을 한 녀석은 이미 허기에 함락당한 표정이었다. 다들 돈 좀 모아봐.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팀원들이 좀비처럼 일어나서 각자의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만원, 이만원, 이만삼천, 이만칠천오백- 야 짱개시키자. 탕수육! 탕수육! 잽싸게 휴대폰을 꺼내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서 아저씨 탕수육 만오천원짜리랑요 짜장면 두개랑 짬뽕 하나요, 군만두 꼭 서비스 주세요! 하고 외친다. 머릿수는 다섯인데 짜장이랑 짬뽕을 세개밖에 못시켰으니 먹기 시작하면 또 얼마나 난장판이 될지 안봐도 뻔한 찬두는 조금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다들 멋대로 빈둥거리는동안 찬두는 pmp를 틀어 비보잉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음식을 먹으려고 깔아놓은 신문지 위에서 뒹굴거리던 친구는 연습실 밖에서 배달이요! 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달려나가 문을 열다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굳어졌다.
"황…백현?"
친구의 말에 고개를 들어 바라본 연습실 입구에는 스쿠터 헬멧을 쓰고 큰 철가방을 든 백현이 서 있었다. 뭐야 저 녀석, 왜 저렇게 쫄아있어. 찬두는 쭈뼛 굳어있는 친구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웃겨서 큭큭 소리내어 웃었다. 백현은 눈 앞에 굳어있는 사람을 무시하고 연습실 안으로 들어와 철가방 속의 음식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탕수육 만오천원, 짜장 둘 팔천원, 짬뽕 사천오백원, 다 해서 이만칠천오백원."
손을 척 내미는 백현에게 모아놓은 돈을 탈탈 털어준 다른 친구가 군만두 서비스가 하나밖에 안왔다고 투덜댔다. 야, 그래도 같은 학교 친구들이 시킨건데 서비스 좀 더 주면 안되냐?
"내가 주문 받은것도 아닌데 너희가 시킨건지 누가 시킨건지 어떻게 알아."
"단무지라도 많이 가져다 주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음식에 달려드는 친구들에게 다 먹은 그릇은 밖에 내놓으라고 말한 백현이 몸을 돌려 연습실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보던 찬두는 백현의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한 것을 느끼고는 급하게 뒤를 따라나갔다.
"야, 황백현!"
찬두가 부르는 소리에 뭐야 하고 뒤돌아보는 백현은 분명히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야, 너 거기 잠깐만 있어!"
그러니까, 분명 아까 사고를 당했을 때 다친 것이 틀림없다. 연습실 안으로 들어온 찬두는 친구들이 테이핑하고 남은 파스와 반창고와 압박붕대를 찾아들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빈 철가방을 든 백현이 인상을 찌푸리고 서 있었다.
"이리와서 앉아봐."
"뭐야, 왜그래. 나 바빠."
"너 지금 다리 절잖아. 아까 사고났을 때 다친거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는 눈을 하고 있는 백현을 억지로 계단에 앉힌 찬두는 백현이 말릴새도 없이 백현의 신발을 벗기고 바짓단을 걷어내고 양말을 내렸다. 복사뼈에서 발등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으아, 넌 이렇게 다쳐놓고 병원도 안가고 또 알바를 뛴거야?"
"괜찮아. 걸을만 해."
"그 아저씨 정말 너무한다. 사고 났을때도 너한테 덮어씌우려고 하더니 사람을 이렇게 다치게 해놓고 그냥 내빼냐."
찬두는 백현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파스를 한장 집어서 조심스럽게 부어오른 부위에 붙였다. 발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백현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꼼꼼하게 파스를 붙인 찬두는 그 위에 압박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찬두의 행동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던 백현이 어색함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홍찬두. 너 아까 나 봤어?"
"응. 연습실 오는 길에 사고 난거 봤어. 너 그런 덩치의 아저씨가 막 몰아치는데 쫄지도 않고 대단하더라."
"내가 잘못해서 난 사고가 아니니까."
"그렇긴 한데, 난 아마 그 아저씨가 그렇게 쏘아대면 쫄았을걸. 잠깐 여기 좀 잡고 있어봐."
발목 조금 위까지 감긴 붕대의 끝을 백현에게 맡긴 찬두는 반창고를 잘라 붕대가 풀어지지 않도록 붙였다. 아, 잘 감겼다. 이제 신발 신어도 돼. 고르게 잘 감긴 붕대를 뿌듯하게 바라보며 찬두는 다시 신발을 신는 백현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찬두가 그렇게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머쓱했는지 백현은 잠시 멋적은 표정을 짓다가 툭 내던지듯 찬두에게 물었다.
"넌 들어가서 안먹냐? 쟤네들 네 걸 남겨놓을 상태가 아니던데."
"됐어. 난 배도 별로 안고프고, 이도 아프고."
"어디 아파?"
"나 사랑니 난다."
백현의 앞에서 찬두는 눈꼬리를 접으며 히힛 하고 웃었다. 사실 그거, 날 때 아프고 나서도 귀찮고 썩으면 더 안좋은건데 어쩐지 백현 앞에서는 웃으면서 말해야 할거 같았다.
"사랑니도 나고, 나 이제 어른 다 됐나봐."
"겨우 사랑니 난다고 어른 되냐."
어이없다는 말투로 백현이 받아치자 찬두는 다시 웃었다. 그런가, 역시 그렇지? 계속 그렇게 실없이 웃다가 찬두가 문득 생각난 것 처럼 백현을 향해 물었다.
"넌 어른, 되고싶지 않아?"
"이건 또 무슨 말이래. 어른이 뭐 되고 싶다고 되고, 되기 싫다고 안되는 거였냐?"
"그런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되고 싶지 않아? 아까 그 아저씨만 해도 네가 어리고, 자기는 어른이라고 너한테 막 다그친거잖아.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그런 놈은 애든 어른이든 병신인거고."
"그건 그래."
참 찌질하지. 사람 죽여놓을 뻔 하고는 뭐 잘한게 있다고 먼저 큰소리야. 찬두가 쭈그려 앉아서 궁시렁거리는 말을 들으며 백현이 앉아있던 계단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뭐 어른, 되면 좋지. 되고 싶지."
"역시, 너도 그렇구나."
"어른 되면 괜히 시간만 잡아먹는 학교따위 안 다녀도 되고, 똑같이 일하고도 어른들보다 시급 덜 받는 일도 없을테고, 고딩일때보다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니 본격적으로 직업전선 뛰어들어서 우리 할머니 고생 좀 덜 하시게 돈도 벌 수 있을테고."
"아버지가 너 미국가라- 해도 나도 이제 어른이에요,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해요, 라고 말할 수도 있고."
"……너보고 미국 가라셔?"
"아직 정해진건 아니야. 그런데 듣다보니까 네가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에 비하면 내 이유는 되게 하찮고 투정같다. 그치?"
"그럴거 뭐 있냐. 어차피 사람마다 사정은 다 다른건데."
계단 아래쪽에 앉아 백현을 올려다보던 찬두는 오늘 처음으로 백현의 얼굴에서 미소 비슷한 표정을 봤다. 조금 쑥스러워 하는것 같았지만 늘 하고 있던 무표정이나 찌푸린 표정이 아닌 얼굴이었다.
"진짜 가봐야겠다. 조금 있으면 저녁시간이라 또 배달 바빠질거야. 쟤들한테 음식 다 먹고 그릇 꼭 밖에 내놓으라고 해라."
옆에 놓아둔 철가방을 손에 들면서 백현이 찬두에게 말했다. 쭈그려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뛰어 백현의 옆으로 온 찬두가 백현의 자켓 주머니에 남은 파스와 반창고를 쑤셔넣었다.
"붕대는 또 써도 되는거니까 이따 자기 전에 파스 한번 더 갈아붙이고 자. 어차피 너 병원도 안갈거잖아. 운전 조심하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자기 주머니에 꽂아넣어진 파스의 끝머리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백현이 알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철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백현의 걸음이 처음 연습실에 배달을 왔을 때 보다는 조금 더 편해 보여서 찬두는 흐뭇한 만족감을 느꼈다. 계단을 다 올라가 건물 밖에 세워둔 스쿠터 위에 철가방을 올려놓은 백현은 무언가를 망설이는듯 선뜻 출발하지 못하다가 다시 건물 입구로 와서 그때까지 계단 아래에 서있던 찬두를 향해 외쳤다.
"홍찬두, 이거! 파스랑 붕대 감아준거, 고마워!"
그 말 한마디를 하고 부끄러웠는지 쌩하니 스쿠터를 타고 떠나버리는 백현의 뒤꽁무니를 보며 찬두는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참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백현에게 3학년 몇 반에 배정받았는지 물어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같은 반인적이 없었으니 마지막에라도 한 번쯤 같은 반이 된다면 좋을텐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찬두는 늘 다니던 단골 치과에 들러 의사에게 사랑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본 의사는 찬두에게 곧게 뿌리가 박혀있는 사랑니 사진을 보여주며 자리가 잘 잡혔으니 이대로 문제없이 나와주기만 하면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아직 잇몸을 뚫고 나오고 있는 중이니까, 너무 세게 양치를 하면 잇몸이 다친다는 의사의 마지막 충고를 들으며 치과를 나선 찬두는 다시 혀끝을 움직여 사랑니를 톡톡 건드렸다. 그 촉감이 아침에 처음 사랑니를 건드려봤을때만큼 낯설지는 않다.
낮에 백현이 사고를 당했던 교차로의 횡단보도 앞에서 찬두는 또 다시 배달을 나가는 백현을 지나쳤다. 백현은 바쁘게 갈 길을 가느라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찬두를 발견하지 못한듯 했지만 찬두는 여전히 백현의 자켓 주머니에서 삐죽 모습을 내밀고 있는 파스 포장지의 끝머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행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고, 평소보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찬두는 집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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